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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거짓말쟁이 릭(1)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걸어왔던 복도를 차분히 걷는 한 미색을 띤 남자가 있다.
녹스와 똑 닮은 백발과 라벤더색의 눈을 가진 남자. 녹스의 첫째 형이자, 이제는 아버지와 그 뜻을 달리하게 된 가렌이었다.
‘…으음. 이 기운은… 재능이 있는 자가 근처에 있다는 의미군. 그것도 두 명이나.’ 가렌은 복도를 지나던 중. 제 능력이 발현되는 것을 느꼈다. 이는 테오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타인의 재능을 재단하는 힘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이곳 저택에 자신에게 꽤 유리해질 패가 몇 명이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때문에 그는 반응이 느껴지는 곳으로 스스럼없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은 메이드들이 모여 있는 식당이었다.
“이봐 너.”
가렌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힘을 지닌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녹발의 도자기 같은 피부를 지닌 아이였는데, 막냇동생과 겨우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네.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가문의 첫째 가렌이다. 너는 누구지? 못 보던 얼굴이군.” “녹스 도련님의 개인 메이드인 지트리라고 합니다.” “흐음… 막내의 메이드라.” 가렌은 피식 웃었다. 쓸모없는 동생에게 이 정도 되는 메이드가 붙어 있다라. 우스운 일이었다. 재능도 알아보지 못하는 쓰레기에게는 필요 없는 재원.
그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녹스 대신 나를 섬겨라. 그놈이 주는 급여의 세 배를 주지. 당장 내일부터 나를 따라가 일하면 될 것…….” “감사한 제안이나 거절하겠습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에, 가렌은 드물게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표정에서 나타난 감정이 선연했다.
그가 미간을 구기며 이었다.
“어째서지? 나는 능력을 중시한다. 그리고 너에게는 재능이 있어. 녹스 따위에게는 너를 도와줄 힘이 없을 터인데.” 자신은 추후 리인하버 가의 가주에 오를 자다.
그런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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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앞의 메이드가 파워볼실시간 얼마나 그릇된 판단을 내렸는지 알려줄 요량으로, 일부러 막냇동생을 깎아내리며 말했더니. 다시 한번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거절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가 더 좋습니다. 죄송합니다.” “……후회하게 될 것이다.” 가렌은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무시한 채, 이번에는 다른 쪽에서 느껴지는 재원을 찾아 나섰다.
그가 향한 곳은 엘리나의 작은 공방이었다. 녹스가 과거 만들어주었던 공간으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이것저것 값비싼 약재가 가득했다.
그곳에서도 가렌은 당당히 말했다. 실시간파워볼
“나는 리인하버 가의 차기 가주가 될 가렌이다. 나를 따르도록 해라.” 이번에야말로 영입 제안에 성공할 거라 여겼던 가렌.
허나, 그는 돌아오는 대답에 다시 한번 기겁하고 말았다.
“으음… 하지만 저는 이미 녹스 도련님과 결혼하기로 한걸요! 죄송하게 됐습니다아!” “…….”
가렌은 결국 스톰브링어도, 두 명의 인재도 스카우트하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저택을 나서는 파워볼사이트 그를 배웅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버지인 테오조차 마찬가지였다.
가렌은 밖으로 나서며 나지막이 파워볼게임 중얼거렸다.
“저는 마지막 기회를 드렸습니다. 아버지.” * * *
“괜찮으십니까? 도련님, 요즘 다크서클이 꽤 깊게 내려오셨습니다. 전문 마사지사를 부를까요?” “아니. 그걸로 될 문제가 아니야. 젠장….” “저 없을 때 무슨 사고라도 치신 건 아니겠죠…?” 이거 가문에 다녀온 지트리까지 나부터 의심하고 나선다.
하긴 내가 좀 잘못을 저지른 게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엔트리파워볼
스토커가 붙은 게 왜 내 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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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그나마 좀 빈도가 줄긴 했지만, 아직 포기를 한 건 아닌 듯하다. 라스 이 미친 새끼 같으니. 나한테 대체 왜 그러지?
어쨌든 나는 자세히 설명하기도 귀찮았기에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지금 문제는 이것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째 형이 가문에 돌아왔었다고?” “…네. 금방 돌아가시긴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더군요. 테오 가주님께서도 배웅조차 나가지 않으셨습니다.” 제 아들을 꽤 아끼는 편인 테오다.
그런 이가, 무려 가문을 이어받을 첫째가 떠나는 길을 배웅해주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뭔가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게 틀림없다.
‘1부 스토리 안에 그들 간의 대립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니 잘 모르겠지만……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야.’ 나는 차분히 생각해보았다.
가렌, 그는 도대체 왜 이 시점에서 가주 테오를 만난 걸까?
적어도 아군은 아니라고 판단되는 존재이자, 악역 중 하나.
리인하버 가문의 최대 재능을 타고난 자.
녀석은 내게도 위험한 존재다.
어쨌든 내게 가능성을 걸고 있는 테오보다는 몇 배 더 위험하다 할 수 있겠지. 여기서는 상황을 잘 지켜보는 게 최선이다.
나름대로 판단을 내리던 그때, 불시에 지트리가 입을 열었다.
“……아 그렇지. 그러고 보니 가렌 도련님께서 한 가지 제게 제안을 주셨습니다.” “제안?”
“그렇습니다.”
대충 예상은 가지만 어쨌든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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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뭐였지?” “제게 메이드가 되어 달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급여를 올려주신다면서요.” “……얼마나?”
“세 배였습니다.” 이거 세게도 질러놨네.
요즘 돈 들어갈 일도 많은데, 여러모로 귀찮게 한다.
빌어먹을 가문 같으니.
나는 팔짱을 끼며 덤덤히 말했다.
“급여라면 나도 맞춰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일에 집중…….” “푸흡. 아 죄송합니다.” 응? 뭐지 이 비웃음은.
“설마… 이미 가렌과 함께 하기로 했나?” 당연하게도 나는 지트리를 잃고 싶지 않다.
무려 소원권까지 써가며 얻은 유닛이 아닌가. 아무리 [일편단심]이라는 특성이 있다 해도, 게임이 현실이 되며 여러모로 문제가 생겼을지 모른다.
제대로 내 편이 되어 준 첫 번째 유닛이니만큼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데…….
“만약 그렇다면 내게 조건을 말해봐라. 어떻게든 맞춰줄 테니.” 망나니답지 않게 나름 나긋하게 말해줬는데, 지트리가 다시 한번 푸흡, 하고 웃어왔다.
…뭐지? 나를 놀리는 듯한 저 태도는?
평소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상황보고만 하던 녀석이 웬일일까.
그 정도로 가렌을 따라가고 싶다는 건가?
‘안 되는데…!’ 속을 끓이는데, 별안간 지트리가 표정을 다시 풀며 말해왔다.
“무엇을 상상하시던 아닙니다. 저는 가렌 님을 따라가지 않을 거고, 급여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합니다.” “……그럼 왜 웃었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지트리가 다시 한번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 역시 집요하게 물었다.
“명령이다.”

“……그냥 웃긴 일이 생각나서 웃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
끝내 지트리는 입을 열지 않았다.
뭐 큰일은 아닌 듯해 내버려 두긴 하겠지만 어딘가 찝찝하다.
대체 지트리가 웃은 이유는 뭘까?
그나저나 가렌 이 새끼 조심해야겠다.
감히 어떻게 영입한 내 소중한 인재인데, 빼돌릴 생각을 해?
‘(내가 강해진 뒤에)걸리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 * *
“제자가 되게.” “그 말씀만 이제 백 번째입니다. 이제 그만 자중하십시오.” 다음 날도 라스의 집요함을 떨쳐내며 나는 복도를 걷고 있다.
사실 전에도 말했지만, 라스 교수의 집착에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작 임프 정도 악마를 컨트롤한다고 해서 뭐가 된 것처럼 기뻐할 이유도 솔직히 없고.
애초에 악마들을 토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되는 작품이 이너 루나틱이다. 당연하게도 악마의 수는 매우 많다.
기본적으로 솔로몬의 72 악마에서 설정을 채용해 만들어진 세계관.
때문에 인간형이거나, 짐승형 등에서도 임프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상위 악마가 넘쳐난다.
이를테면, 녹스의 몸에 빙의하게 될 악마만 해도 그렇다.
바알.
대공 중에서도 가장 드높은 존재이며, 서열 1위 악마.
이후 내 골칫덩이가 될 녀석이자, 1부의 최종 빌런이기도 하다.

‘가문에서 버려진 나약한 녹스에게 접근해서 그의 몸을 강탈해버린 악마 바알. 녀석의 힘은 3인의 검제와 4인의 현자들을 모두 한데 모아도 쉬이 처치하기 어렵다. 결국, 유닛들을 성장시켜서 항마(降魔) 전쟁을 벌이는 수밖에 없어. 누구 밑에서 서류나 정리할 수는 없지.’ 라스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소문은 여전히 안 좋은 쪽으로 퍼지고 있었다.
-뭐야… 쟤. 걔 맞지? 라스 교수님의 제자가 될 기회를 걷어찬 그 녀석?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한 번에 황제 폐하의 눈에 띄게 될 기회 아냐?
-아무리 망나니라고 해도 그렇지….
-애초에 임프가 겁을 집어먹다니. 그런 게 가당키나 해?
-다 거짓말이겠지.
-말도 안 돼.
-좀 재수 없긴 하다. 그치? 가문만 믿고 나대는 거 아니야.
어이가 없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복도에서 웃고 있자니, 주변 반응이 살벌하다.
“하하하….”
-왜 저래…? 잘 생기긴 했는데 저러니까 무서워…….
-야야. 눈 마주치지 마! 녹스 폰 리인하버… 쟤 인큐버스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어. 이미 당한 여자애들이 많대!
-헉! 그게 정말이야…? 그래서 임프가 그렇게나 두려워한 거구나……!!
-벌써 피해자가 수십을 넘는대…!!
-하긴… 내가 전에 흘깃 봤는데… 척 보기에도 엄청 잘 생기기는 했더라…….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었다.
이젠 될 대로 되라지.
‘제기랄. 모르겠고.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 비장하게 강의실 복도를 지나 다음 강의를 듣기 위해 이동한다. 어쩐지 모를 쓸쓸함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미행을 동반한 채.
“녹스 군… 어떻게든 나는 자네를 내 조수로 삼고 말겠네……!” 이제 슬슬 정겨워지려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애써 무시했다.

엘리데인 아카데미에서 신입의 필수 수강 과목은 모두 다섯 개였다.
[아크하임 제국의 역사] / [승마술] / [학원 생활에서의 예절과 기사도] / [기초 체력 단련] / [제국의 기초 마법]. 하나같이 재미없는 것들뿐일지라도 꽤 중요하다.
아직 특히 기초 체력의 경우가 그랬다.
체력은 어린 시절에 미리 만들어두지 않으면 뒤에 올리기 어려운 스탯이기에, 나는 최선을 다해 수업을 듣는 중이다.
그게 턱걸이라면 약간 환상을 깨는 일이기는 하겠지만.
“흡! 후우… 후읍…!” “음… 체력은 나쁘지 않지만. 명문 기사 가문에서 보여주는 괴물 같은 수준까진 아니군. 재능이 그리 엄청난 편은 아니야.” [기초 체력 단련]을 맡은 교관이 나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엑스트라라 이름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긴 콧수염을 가졌고 머리를 이마 뒤로 차분히 넘긴 남자였다.
트레이드 마크인 동그란 안경이 꽤 인상적이다.
“그렇습니까?”
나는 잘 모르겠다는 어투를 지어내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 스탯은 객관적으로 그리 떨어지지 않는 편이니까. 되레 최상위권에 가깝다.
이후 시한부 특성의 영향으로 15 이상 올릴 수 없게 되겠지만, 이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 자는 거의 없다.
하나 앞의 교수는 아무래도 다른 듯하다.
자신의 이름을 한스라고 소개한 남자가 팔짱을 끼며 내 근육을 더듬어댔다.
“근육도 잘 잡혀있고, 균형도 있어. 하지만 어째서인가… 성장에 명확한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이 드는군.” ‘의외로 눈이 쓸 만한 놈일지도 모르겠어.’ 나는 한스에 대한 내 개인적인 평가를 조금 올렸다.
엑스트라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썩어도 준치라고 엘리데인의 교수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는 단번에 내가 뭔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시한부인 것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잘 모르겠다.
다들 나를 처연한 눈으로 볼까?

그렇지 않으면 천하의 쓰레기 망나니에게 적당한 천벌이 주어졌다고 생각할까.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모를 일이다.
-저 미친 새끼… 역시 ‘잿빛 이리’라는 이명이 헛 생긴 건 아니라는 건가? 무슨 체력이 저렇게 괴물 같아?
-탈리아 폰 스틸라이너도 장난 아냐! 어떻게 저런 몸을 만든 거지? 아직 우린 열다섯 살이라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최강 유닛들을 향한 찬사가 이어진다.
하기야. 저들의 반응도 이해가 된다. 아무리 이곳에서 열다섯 살이 성인이라고 해도, 몸은 여전히 성장한다. 아직 몸이 완성되지는 않았다.
체력적으로도 마찬가지.
때문에 지금 좋은 모습을 보이는 이들은 애초부터 차원이 다른 재능을 갖췄다고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것은, 역시 파라켈수스와 탈리아 폰 스틸라이너. 전형적 기사 루트를 착실히 밟아온 이들이었다.
“자! 이걸로 수업은 모두 종료하겠다. 모두 다음엔 더 나아진 모습 기대하겠다.” 한스 교수는 그렇게 말한 뒤 고개를 주억였다.
근육이 덕지덕지 붙어 꽤 살벌한 몸을 가진. 교수라기보다는 교관에 가까운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기초 체력 단련] 수업이 모두 종료되었다.
이제부터 들어야 하는 과목을 되짚으며 나는 가장 먼저 복도로 나왔다.
다른 유닛들이 눈치를 보며 내가 언제 나가는지 지켜보는 시선이 싫었거든.
대신 가까이 혹이 하나 붙기는 했다.
빠르게 물건을 챙겨 들고 날 뒤쫓은 탈리아였다.
“수업은 어땠어? 체력이 이제 꽤 올라온 것 같더라!” “…뭐 그럭저럭.” 끈질기게 복도에서 내 옆으로 달라붙는 탈리아를 보며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녀는 어쩐지 평소보다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지?

말투는 예전과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하다. 그다지 신경 쓸 일은 아니겠지만….
어찌 되었든 고민이 있는 얼굴을 보니 마음 한편이 조금 안 좋기는 했다.
최애캐는 아니었지만, 작품의 메인 히로인 중 하나.
이너 루나틱의 팬으로서 이런 모습에 괜스레 약해지는 나였다.
때문에 나는 아주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그녀에게 입을 뗐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말한 즉시 후회했다.
이 순박하고 여린 소녀의 검은 이후 내 심장을 관통하게 될 운명이 아닌가? 여기서 그녀를 걱정해서 내가 볼 득은 없을 터.
내가 철렁이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때, 탈리아는 조심스럽게 말해왔다.
“그냥… 별건 아니구…… 뭔가 아카데미 분위기가 내가 생각한 거랑 약간 다른 것 같아서.” 나는 잠자코 그녀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탈리아는 주변을 살피며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이었다.
“나는 여기서 허물없이 또래들이랑 친해질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그런데 다들 귀족과 평민끼리 파벌을 나눈다거나 해서…… 거기다.” “거기다?”
“……그냥 소문만 믿고 사람을 멋대로 판단해 버리는 사람도 있구. 어쨌든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되더라구.” 꽤나 심도 깊은 이야기다. 이너 루나틱의 메인 에피소드 분기가 될 귀족-평민 사이의 갈등 역시 이로부터 기인하게 되니까.
나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 알게 되겠지.” “응? 녹스. 그게 무슨 소리야…?” “어차피 모두와 친해질 순 없다. 너도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나는 무심히 이야기했다. 거창한 이론이나 인생 수업 따위를 해주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저 확고부동한 진실만 이야기했을 뿐.
다들 알다시피 귀족과 평민은 다르다.

특히 이너 루나틱의 세계에서는 더더욱 평민과 귀족의 차별이 심하기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엘리데인의 평민 학생들이 귀족들과 터울 없이 지낸다? 파라켈수스처럼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
주요 캐릭터 몇몇을 제외하면 아예 없다고 보는 게 더 나을 정도.
되레 이후 벌어지게 될 귀족-평민과의 학원 점령전 에피소드에서 두 세력은 크게 부딪히며, 수많은 사상자를 낳는다.
이는 이너 루나틱 대륙의 전반으로 확대되는 사안이다.
자고로 개혁이란 젊은 피로부터 시작된다.
또한, 젊은이 중에서도 재능 있는 평민이 한데 모인 곳이 바로 엘리데인. 그렇기에 이곳은 발화점이 되어, 속국으로 하여금 불씨가 되어 커져간다.
그것은 마침내 아크하임의 배부른 귀족들을 척살하려 할 테고 말이다.
‘……물론 아직 한참 뒤는 되어야 나올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적당히 생각하는데, 별안간 정리를 마친 듯 탈리아가 말해왔다.
“확실히 그래… 나도 엠마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공작가 자재라고 다들 어렵게만 생각하는걸. 나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데…….” “처음부터 이곳은 그런 곳이었다. 허울 좋은 이야기로 포장했을 뿐, 결국 무엇하나 바뀌지 않은 곳이지. 밖이든, 이 안이든.” 나는 그렇게 말한 뒤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수업은 내일.
지금부터는 제4구역으로 향해서 파라켈수스. 그 미친놈 때문에 채 구매하지 못한 나머지 재료를 사러 가야 한다.
지트리는 잠시 쉬도록 내버려 두었다. 가문에 다녀오느라 지쳤을 테니까.
참고로, 이번에도 따라나서려는 것을 수면에 좋은 허브로 만든 베개로 재워두었다. 이제 잔소리 따윈 한 귀로 듣고 흘릴 수 있게 되었으니 걱정도 없고.
…근데 이런 것에 적응하는 게 과연 괜찮은 게 맞는 걸까?

“어라? 이런 곳에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제4구역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좋은 소식이 하나, 나쁜 소식이 하나 있다.
우선 좋은 소식은, 사고를 친 게 파라켈수스는 아니라는 점이다.
나쁜 소식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게 악역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메인 스토리에 깊숙이 자리해 황정과 평민. 암흑가 사이를 이간질할 최악의 인물.
‘거짓말쟁이 릭’.
녀석이 마도구를 구매하러 4구역의 상점가에 들어간 나를 보며 반가운 체를 했다.
3막에서 엘레노어를 배신하며 아크하임 제국을 지지하는 스파이 캐릭터. 그런데 왜 녀석이 여기 있는 걸까…?
자, 일단 진정하고. 그럼 생각해보도록 하자.
X발.
여기서 어떡해야 메인 스토리가 안 꼬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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